2023/7/16 일

우리의 뇌는 자극 즉, 전기신호에 반응하는 함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강한 자극을 여러 번 받는다면, 우리의 뇌는 점점 그 자극에 둔감해지고, 더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예시가 하나 있다. 요즘은 이른바 ‘숏폼’ 문화가 유행이라고 한다. 짦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성공 이후, 많은 플랫폼이 1분 남짓 짧은 세로 영상을 공유하는 문화를 적극 밀어주는 추세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심지어 뉴스 플랫폼인 네이버 뉴스도 숏폼을 개설하였다.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정보를 간략하고 밀도 있게 습득하는 것을 선호한다. 당장 인터넷만 봐도 장문의 글에 “세 줄 요약 좀.“이라는 댓글이 달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현대인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한정된 시간 안에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간략하고 밀도가 높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정보를 습득하는 데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고, 수용한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본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만 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옛날부터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러왔던 이유를 생각해 보자. TV를 가만히 보다 보면, 수많은 장면이 짧은 시간 안에 교차하고, 그에 따라 주제와 제공하는 정보도 바뀐다. 광고가 나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TV 시청자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만 할 뿐, 비판적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장면들이 빈번하게 교차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산만하게 하고, 집중력, 특히 최대 집중 가능한 시간을 떨어뜨린다.

숏폼은 TV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극대화한 형태를 띠는데,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압축하다 보니, 텍스트 간 간격도 없다시피 하고 화면 전환도 더 빠르고 심지어는 많은 정보를 생략하기까지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숏폼 플랫폼에서는 영상이 끝나면 바로 다음 영상으로 전환해 준다는 것이다. 숏폼 시청자는 단지 1분 동안 정보를 얻고, 바로 잊어버리고, 다시 다른 정보를 얻고 잊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숏폼은 TV보다 더 유기성이 없고 더 자극적이고 산만하다.

이러한 자극적인 콘텐츠에 우리의 뇌가 빈번하게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뇌는 결국 자극에 익숙해진 상태로 작동하게 되는데, 이를 ‘팝콘 브레인’ 현상이라고 한다. 팝콘 브레인 현상은 주로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부터 야기되며, 뇌가 덜 성숙한 유아 및 청소년층에게 더 발생하기 쉽다. 팝콘 브레인 현상은 집중력 저하와 불안 등의 원인이 되고, 특히 요즘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 및 반지성주의적 성향의 증가 등이 이 현상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문해력 논란과 반지성주의는 각각 2부 3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어떤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해야 할까? 나는 자극적인 매체를 멀리하고, 글을 읽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정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만약 글을 읽다가 어려움을 느끼면 다시 읽거나, 문맥을 통해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글은 자극적이지도 않다. 자신의 독서 능력에 맞게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가장 큰 이점은 능동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이해 추론 비판 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강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성인 인구의 대부분은 책을 읽지 않는다. 나는 우리나라의 이러한 현실에 통탄할 뿐이다. 전자책도 종이책도 좋다. 독서를 습관화하자.

(2023/7/15 23:03 추가) 담배회사는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많은 세금을 낸다. 틱톡, 유튜브 등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해치는데,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 않을까?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뇌 건강을 등한시했다간 흡연보다 더 심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쓴 글입니다. 총 3부작으로 기획했고, 2부는 이미 작성하고 다듬는 중입니다. 블로그를 옮긴 기념으로 묵혀뒀던 글을 하나 꺼내봅니다.